드디어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나는 어김없는 팔불출이 되어 매회마다 울고불고 하였다...
첫회 이후로는 절대로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배우들의 열정으로 묻어나는 그 연기엔 다짐 따윈~ 에잇~
우선 보잘 것 없는 내 희곡을 텍스트로 뽑아주신 틈새 강제권연출님과 김미경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힘든 사투리연기도 마다하지 않고 열연을 해주신 배우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사투리중에도 가장 따라하기 힘들다는 경상도 사투리구사에 연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가히 짐작이 가고 남는다.
연극에 대한 평을 하기엔 내 능력이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와 연출이 생각했던 캐릭터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 연출의 그림이 조금의 차이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가 그린 그림에 비하면 훨씬 고퀄리티의 작품으로 태어났기에
공연을 볼때마다 감동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에필로그....
내 희곡엔 없는 장면
만석아버지의 제삿날 입실댁이 남편의 영정사진 옆에 순례의 사진과 입실댁의 죽은 아기의 배냇저고리?
그리고 죽은 손자 찬호의 팽이를 올려 넋을 기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극 전개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포인트로 참 좋았던 것 같다.
1장
1장은 다 좋았다. 처음 시작을 지루하지 않고 코믹하게 가족의 일상을 보여준 모습
노부부의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이 참 좋았다.
아... 전체적으로 좀 아쉬운 점은 만석의 캐릭터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는 점
특히 1장에서 그 점이 제일 아쉬웠었다.
내가 생각하고 만든 만석의 성격은 다정하고 자상함을 갖고 있으며 장녀를 약을 올리며 성질을 돋우는듯
짖궃은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극 속에 만석은 너무 버럭버럭 화만 내는 것 같아서 내심... 아...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했었다.
뒷풀이에서 그점을 이야기하니 본인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연기하면서 습관 적으로 버럭거리게 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만석... 속으로 웃으면서 겉으로는 화내는 척하는 그런 모습??? 표현이 가능한가???
나라면 그 반에 반도 표현 못할 거면서...음...
생각해보면 무척 어려울 것 같구나... ㅎㅎㅎ
2장
사건의 중심으로 연결이 되는 부분... 역시 좋았다.
근데... 내 희곡이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였다는 것... 배우들이 심히 대사치는데 힘들어 보였다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 듯 하다.
2장에서 절실하게 보여진다. ㅠㅠ
3장
여기부터 눈물꼭지가 열리는 순간이다
젊은 장녀를 연기하는 배우는 말로 표현이 안된다
연기몰입도가 최고인 듯.
옥의 티...
동네사람들이 찬호의 죽음을 이야기할땐 너무 속삭여서 잘 들리지 않았다는거
그리고 말이 빨라 정확한 대사가 안들렸다는 점 ???
찬호가 어찌 죽은 것인지에 대한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쉬웠다.
4장
이 장은 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지나간 1,2,3장과 앞으로 다가 올 장들의 함축적인 내용이 잘 드러나서 참 애정하는 부분인다.
모든 배우의 연기가 정점에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배우들 연기는 정말 좋았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주 조금 아쉬웠던 점은
만석과 장녀가 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목소리가 필요이상 높게 들렸다는 것이다
조금 억제하고 대사를 쳐줬으면 한결 긴장감이 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연출님의 의도 대로 배우는 연기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4.5장
이 장 역시 내 희곡에 없는 연출님의 작품이다.
입실댁 분장 시간을 얻기위함이라 하지만 입실댁 그 쓸쓸함의 이유가 한 껏 보여진 멋진 장면이었다.
5장
나는 이 장에서 순례와 젊은 입실댁을 통해 옛날 우리 여자들이 순종하며 감당해야 했던 삶과
지금도 여전히 편견을 갖고 보게 되는 또다른 여인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습의 테두리 안의 보통의 여인과 그 속에 속하고 싶어하는 버려진 여인의 삶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당시 사회 보편적으로 이뤄지던 일부다처제의 관습이
얼마나 여자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를 병들게 만들었는지 알았으면 했다.
그런 내 의도는
순례의 패악을 부리는 열연과 입실댁의 조신함으로
그리고 결국 병든 가정의 불상사를
만석아버지의 죽음으로 끝맺음 하면서 피부로 느끼게 보여주었다.
입실댁의 억울함과 순례의 억울함이 잘 어우러져 눈물꼭지가 틀어졌던 장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 화이팅 !!!
뒷풀이때 순례의 팔에 피멍이 들어 있는 걸 보고 마음이 짠했다. ㅎ
6장
이 장은 모두들 약간 헷갈려 했다고 전한다.
죽은 만석 아버지가 왜 다시 나타났나?
내 희곡은 장을 더하면서 점점 과거로 돌아가는 구조이다.
이 6장은 만석이 동생이 죽고 난 후
만석아버지가 죽기 바로 직전의 그 며칠 사이 이야기다.
그러니까 5장 순례가 난동부려 사고가 생기기 바로 며칠 전의 평화로운 입실댁의 모습이다.
곧 이야기의 주제가 드러나는 장이기도 하다.
아... 만석아버지ㅎㅎㅎㅎㅎ
정말 고생한 모습이 역력하다
힘든 사투리때문에 얼마나 어려웠을꼬.
연출님 말씀에 의하면
희곡에 만석아버지로 묘사 된 팔척장신이라는 대사 때문에 키 큰 배우로 이 분이 맡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름 열심히 하셨건만
관객의 리엑션이... 오글거린다는 말 밖에... ㅎㅎㅎ
만석아버지의 캐릭은 경상도 남자 답게 표현은 절재를 하고 약간 무뚝뚝하지만
순례도 안타까워 거둘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고
입실댁 머리도 직접 빗어주고 비녀도 사다 주는 다정한 성격이다.
그런 남자가 입실댁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 선택한 고백 문장이란게 고작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이다.
얼마나 벼르고 벼른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ㅎㅎㅎㅎ
(뭐냐... 후기 쓰면서 소설쓰냐? ㅎㅎ)
이 연극의 키워드였기에...
조금만 더 담백하고 사랑스러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래도 그만큼의 표현을 내기위해 노력했을 배우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어린 만석이 귀여웠다.
이 장에서 연출님의 연출이 돋보인 장면은 역시 만석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이다.
아... 알콩달콩 사랑을 고백한 후 죽어버리는 만석아버지
입실댁을 혼란스럽게 하기에 딱 알맞는 장면이엇다.
7장
입실댁의 죽음으로 입실댁과 만석아버지가 드디어 조우를 한다
평생 혼자서 만석을 키우고 살면서 힘들었던 삶을
투정을 부리듯 만석아버지에게 풀어놓는 입실댁의 모습이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 눈물이 퍽 쏟아졌다
그리고 그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만석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짠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웃음 포인트...
그 부분이 약간 덜 살아서 아쉽긴 했는데 막공에선 관객이 그 포인트를 잘 캐취한 듯 하여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내 희곡에 없는 마지막 장면
저승가는 입실댁 뒤로 마루끝에 앉아 머리 빗는 젊은 입실댁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그간의 한스런 삶을 다 풀어놓고 떠나간다는 듯 극 전체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엇다.
그 장면 하나로 모든 것의 이야기 마무리 되는 느낌...
정말 좋았다.
역시 연출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는 아주 좋은 장면이었다.
이로써 세계최초 초연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가 막을 내렸다.
나는 감동만 잔뜩 안은 채
새벽버스에 몸을 싣고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꿈이 아니길 바라며...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 부산 동래문화회관 (0) | 2019.05.23 |
---|---|
[부산 연극]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후기 [극단 맥] (0) | 2019.03.27 |
<극단 맥>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0) | 2019.03.05 |
[극단 맥]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취재기록 [2019년 제 37회 부산 연극제 출품작] (0) | 2019.03.05 |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극단틈새 공연 후기 (0) | 2013.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