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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팔자

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15. 3. 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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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날

모처럼 금정산성에 갔습니다

늘 가던 카페 앞에 앉아 커피를 기다리는데 저녀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나가던 등산객들, 커피를 기다리는 손님들 모두 한마디씩 합니다

"아주 늘어졌네, 개팔자가 상팔자다, 상팔자!"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고 싶네요

 

저는 동물애호가도 아닙니다

동물을 막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를 줄로 묶어놓지 않으면 아주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배알이 꼴리면 짖고 물고 하잖아요

어릴 때도 그랬고

몇 년 전에도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어요

주인들은 그런 말을 합니다

"우리 애가 잘 안 무는데..."

하지만, 이미 물었잖아요?

아마도 개 눈에 제가 만만하게 보이나봐요 ㅎㅎㅎ

으르릉 거릴때 드러나는 개 이빨이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를 보면 일단 피하고 봅니다

 

그런 제가, 왜 저녀석이 눈에 밟히는지... 웃기죠?

 저녀석 하고 있는 꼴을 한 번 보세요

그냥 '될대로 되라' 입니다

주인이 바쁜 나머지 저녀석에게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나봐요

물그릇이 뜨거운 햇살에 데워져 있고요

뜨거운 봄 햇살을 피해 그늘을 찾아 가느라 그런지

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네요

아무리 사람들이 왔다갔다해도 일어나지 않아요

개피곤해 보입니다

 

무슨 낙이 있겠어요

땡볕에 묶여있는 개팔자인데... 

스스로 할 수있는 것도 없잖아요

아! 슬픈 영혼입니다

햇살은 눈물나게 뜨겁고 하늘은 눈물처럼 맑네요

진달래도 피고 벚꽃도 피고 사람들은 들떠서 난리났구요

저녀석만 차분하게 자고 있네요

계속 보다보니

우리 모습 같아요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사하는 것들의 한 마디에

꼼짝 못하고 이리저리 유린 당하는 우리

소리지르고 떠들어도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우리

머리만 겨우 가려지는 그늘도 감지덕지하며 

죽지 않을 만큼 주는 밥을 그것도 꼬리 열심히 흔들어서 얻어 먹어야 하는 우리

팽팽한 줄에 묶여 언제 그 줄이 끊어질지 기약도 없이

질긴게 목숨이라고 한탄하며 그렇게 살다가 가는

우리 같아요

 

개슬픈 봄날입니다...

 

 

201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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