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찾아봤다
이십 년만이었다.
큰 길에서 골목 안으로 제법 걸어가서
삼분의 이 정도의 지점에 우리집이 있었다
숨바꼭질 시작~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학교 앞의 큰 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찾아냈다
주변은 많이 변해있었지만
골목 입구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때의 언어로 표현되는 '보로꾸'의 거친 질감의 담벼락이 보였다
그 담벼락 밑에 가끔 앉아 있던 개때문에 십 분 이상을 돌아서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하지만, 낯익은 골목입구를 들어서니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모습들이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했다
집 근처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던 또랑마저 복개가 되어버려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다
가로등이 별로 없던 그시절에는
밤이 되면 칠흙같이 어두워 동네 아저씨 중에 한 사람이 항상
술에 취해 걸어가다가 그 또랑에 빠져서 다치곤 했었는데...ㅎㅎㅎ
이쯤이 우리집인가 싶은 곳은
다가구주택의 시멘트 벽이 시야를 가려고 있었다
괜히 찾아왔나 보다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고
초여름이면 예쁜 꽃을 피우며 짙은 향을 동네방네 흩뿌리던 꽃나무가 있던,
가을이면 동네 오빠들이
기왓장을 자근자근 밟으며 도발을 감행하던 우람한 감나무가 있던,
그 오빠들 덕분에 비가 새서 양동이를 집안에 받쳐 물을 받아야 했던,
바지랑대 세워진 빨랫줄에 하늘하늘 널려있던 엄마의 냄새가 있던,
우리집의 기억을 모조리 빼앗긴 것 같아
무지 슬프다
골목입구
저기 보로꾸 담벼락 밑에 개가 자주 앉아있어 아이들을 힘들게 했었다
좀 변하긴 했어도 재건축을 많이 하지 않아 예전의 느낌이 좀 남아있는 골목의 모습
오른 쪽 시멘트 건물이 기억속의 우리집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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