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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을 수술로 제거하다

건강상태/갑상선암투병기100823

by 레제드라마 2010. 9. 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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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1 토요일

입원준비해서 부산 개금 백병원 8층 병동에서 입원 수속을 밟고 817호실에 입원을 했다

7인실...

환자 일인당 평균 두세명의 보호자와 방문객으로 거의 자갈치시장수준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누워 있을까 싶어서 2-3인실 비면 바로 옮겨달라 부탁을 했건만

아마 어려울거라고 했다

수술은 23일 월요일이라 외출을 끊어서 나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들어오면 된다고 해서 그냥 옷 보따리만 내려두고

마침 수술전에 맛난거 먹자고 병원까지 와서 기다리는 아사모 회원

병원주위에 먹을 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돼지국밥집에 들어갔다.

수육이랑 국밥을 맛나게 먹고 신나게 떠들고...

이때까지도 앞으로 닥칠 내 상태를 알지 못했기에 그냥 즐거웠다

그리고 너무 고맙고...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나도 집에서 수술전 마지막 밤을 집에서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이후 지금까지 그때만큼 편하게 잔적이 없는 듯 싶다.

다음날

식구들이랑 입원하러 백병원으로 향했다

어제는 정신 없던 병실이 그나마 두번째 가보니 좀 나아 보였다

부모님들은 과도하게 신경을 쓰셨는지 얼굴이 반쪽이 되어 계셨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른들 살아 계시는 동안 나만은 건강하게 지내길 바랬는데 세상에서 가장 큰 불효가 바로 이런 거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늦은 밤 병실에 누워 내일 해야하는 수술 생각을 하니 영 잠이 오지 않았다.

12시 이후엔 물도 못 먹게 하니 속도 허전하고...

ㅎㅎ 평소에 집에선 아무리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몰랐는데 강제로 못 먹게 하니 더 허전한게... 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더니...

날은 밝아오고...

 

2010. 8. 23 수술날 아침

 

아침 7시도 안되어서 부터 혈압재고 체온도 재고 병원은 바쁘게 공장처럼 돌아갔다

금식 팻말이 붙어있는 내 침대를 바라보며

며칠동안 아마도 목욕을 못할 듯 해서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고 곱게 단장을 끝내고 회진을 기다렸다.

수술에 참여하는 주치의가 회진을 와서 오후 1시반에 수술이라고 말해주고 괜찮냐고 물었다

뭐... 특별히 이상이 있을게 있나.

 

12시경에 수술복 갈아입고 갑상선수술이라서 발에다 꽂아야 된다며 수액주사바늘을 꽂았다.

수술용이라 엄청 굵어서인지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났다. 통증을 잘 참는 편인데도 말이다.

 

수술실 앞에서 대기중에

막 점심을 먹고 온 의사들이 농담삼아 배가 너무 불러 죽겠다고 농담을 하다가

나한테 혼이 났다.

"수술실에 대기하고있는 환자들 다들 12시간이상 금식상태인데 얼마나 배가 고픈데 이런 환자들 앞에서 그런 농담들을 합니까?"

그랬더니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미처 그생각을 못하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며 사죄를 했다. 약간의 인간성은 남아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렇게 수술실로 옮겨지고 마스크가 쓰워지고 .....

 

왼쪽어깨를 때리며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하게 돌아왔다.

아마도 회복실인듯...

근데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소리만 들렸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서 다시 심전도도 하고

산호호흡기로 산소도 주입하며 회복실에서 좀 더 있었던것 같았다.

병실로 옮겨가는데 가족들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푸근해졌다. 여전히 가슴을 답답했지만...

그 시간이 5시 반. 거의 네시간 만에 수술을 끝내고 회복이 되었나보다

 

808호실 2인실에 옮겨졌다

그곳이 중환자 실이라고 했다

목을 단단하게 고정시켜놓고 그대로 다음날까지 못 움직이게 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속은 자꾸 울렁거려 토할 거 같았고

원래 허리가 좀 안좋았던 관계로 오른쪽 엉덩이뼈가 눌러져서 너무 아팠고 소변은 보고 싶어도 나오지 않고...

그 밤이 최악의 상태였다. 정말...

그날 이후 오른쪽 다리가 저리고  막 부풀어 터질듯 통증이 있다. 지금도...

자꾸 보미팅이 나올 것 같아 구토억제제를 서너번 주입을 해주었다.

깊은 밤 누운상태로 소변기로 소변을 겨우 보고 나니  살 것 같았다.

 

얼른 날이 밝아서 목에 두른 이놈을 떼내고 움직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는데 밤이 참 길기도 길더라...

 

2010. 8. 24 수술 다음날

 

의사들이 회진을 와서 목을 풀어주었다. 이제 물 먹어도 되고 일어나 움직여도 된다고 했다.

서서히 일어나자 마자 먹은 것도 없는데 뱃 속의 무언가가 울컥울컥 올라왔다.

한 참을 토하고나니 속이 좀 편해졌다.

그게 마취가스 후유증이란다.

움직이기 수월하게 발에 꽂힌 수액바늘을 팔로 옮겨 주면서 영양제를 하나 달아 주었다.

그 것 덕분인지 배고픔을 못느끼고 지낼 수 있었다.

목소리는 힘은 없지만 그닥 나쁘게 나오지 않아서 무척 다행이었다.

여전히 피주머니를 달고 화장실을 살살 걸어서 갈수 있으니 더욱 살것 같았다.

그래도 속 울렁거림이 계속되어서 영양제도 한 동안 중단하고 그냥 있었다.

너무 예민한 성격 탓인 듯 ...

밤에 불편한 목 때문에 잠을 깊이 자지 못해서 참 힘이 들었다.

 

2010. 8. 25 수요일 수술 둘째날

 

아침에 피주머니도 제거했다.

갑상선 수술을 월 수 금으로 하다 보니 수요일  또 수술 환자가 들어와야 된다고

지난 번 그 병실로 다시 가야 한단다. 2-3인실은 빈 곳이 없단다.

하긴 ... 이젠 좀 살만하니 그 곳도 괜찮을 듯 싶었다.

아...

아침이 죽으로 나왔다.

점심부터 밥이 나온다고 했다.

얼마만에 먹는 음식인지... 그런데도 영 넘어가질 않았다

반도 못먹고 그냥 내 놓았다.

이참에 다이어트를 함 해봐? ㅎㅎ

점심전에 내 침대를 쓸 환자의 짐이 마구 옮겨지고 있었다.

ㅠㅠ

난 아직 갈 준비도 안하고 있는데...

수술환자의 친정엄마 모습에서 내 부모님의 초췌함이 읽어져서 마음이 짠했다.

수술하고 나니 괜찮다고 위로를 해드리고 짐을 싸서 병실을 옮겼다.

다시 돌아간 병실에 겨우 하루 같이 있었건만 다들 무척 반가워하셨다... 동병상련인가보다.

대장암 할머니 네분에 갑상선암 내또래 세명...

다들 얼른 나아야 할텐데...

 

2010. 8. 26 목요일 수술 세째날

 

수액 주사도 빼버리고 모양새는 완전 나이롱 환자...

회진을 와서 내일 퇴원하란다.

사실 집에 가면 너무 덥고 쉬기가 힘들어 그냥 월요일까지 있으면 안되냐고 하니 단호하게 안된단다. ㅠㅠ

뭐 빽도 없고... 하라면 하는 수 밖에...

근데 사실 상태로 봐선 퇴원 해도 될 듯...

 

너무 많이 문병을 와서 저녁엔 무척 피곤했다.

말을 하기 힘이 들어 더욱 더...

 

2010. 8. 27 금요일 수술 네째날

 

드디어 퇴원...

그리고 드디어 수술 집도한 김상효 교수 얼굴을 처음으로 볼수 있었다.

한 10초...

씁쓸했다.

9월 1일에 외래 조직검사 결과 보러 오라고 하는데

그날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직장에 출근하기로 한 첫날이라 더 멀리 6일로 예약을 해달라고 했다.

힘들어도 직장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좀 화도 났지만

뭐 내 운명인거지...

 

실밥을 빼고 퇴원준비하고 약 받고 입원비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겨우 4박5일 만에 온 집인데 한 달은 지난 것 처럼 생소한다.

 

입원비는 조직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가퇴원으로 173만원을 냈다

9월 6일에 다시 환급될거라고 했다

 

그렇게 퇴원하고 처음 집에서 밤을 맞이하는데 침대가 아니어서 어찌나 안편하던지...

목이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

 

 

2010. 9. 6 수술후 첫 외래 진료

 

조직검사상 갑상선 유두암...3개

임파선 19개 떼내어서 검사 , 그중 1개 전이 발견 되었다고 했다

이보다 적게 떼냈으면 발견이 안될 수도 있었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결국 동위원소 치료까지 결정이 되었다.

 

동위원소치료는 해운대백병원으로 갈려고 했는데...

또 거기가서 새로 외래 진료 받고 할거 생각하니 좀 갑갑해서 그냥 여기서 받기로 했다.

늦게 치료해도 상관없다고 하셔서 좀 더 몸이 회복된 후에 하기로 했다. 

1월 12일로 예약했다. 

내년 1월이면 연차휴일도 새로 발생하고

몸도 더 회복이 되어있을 것 같았다

 

입원비 다시 계산해서 43만원을 환급받았다.

중증환자 등록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총 132만원이 수술 입원비로 계산이 된 셈이다

뭐...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닌 듯.

 

 

사족;

이제 부턴 내 자신과 싸움일 듯 하다...

 

아침 공복에 정신을 똑 바로 차리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아직 말이 크게 나오지 않는다

ㅋ,ㅍ,ㅌ,ㅎ,ㅆ,등 센 발음을 하면 뱃속 저 밑에 내장이 다 빠져 나올 것 같이 힘이든다.

음계로 치면 도,레,미,파,솔까지 밖에 음이 안 올라간다. ㅎㅎ 그야 말로 고음불가...

트름을 하면 순간적으로 숨이 꽉 막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음식도 아주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공기를 덜 마시기 위해서.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아 미친다

수술 부위가 약간 얼얼하고 또 아프다

테이프 붙인 자리가 피부염이 생겨서 벌겋고 가려워서 아예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다닌다

답답하지만 햇볕을 보면 상처부위가 시커멓게 된다고 해서 면 손수건을 늘 두르고 다닌다

얼른 상처만이라도 아물어야 할텐데...

 

수술하고 9일 만인 9월 1일에 직장에 복귀했다.

많이 힘들고 피곤해서 퇴근하면 바로 쓰러져 잠들곤 한다.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 백배 나은 듯 하다

환자라는 생각에만 갇혀 우울해 할 여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여전히 목소리는 고음불가지만 조근조근 수다도 떨 수 있어 스트레스 덜 쌓이고...

쉴 수 있으면 좀 더 쉬면 좋겠지만

힘이 많이 안드는 직장이라면 그냥 다니는게 훨씬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 경우엔...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

 

그래도 이 정도에서 병의 상황이 정리되어가니 얼마나 다행인지 ...

나로 인해 걱정해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부산 개금백병원

병원시설이 오래되고 비좁은데 환자들은 많고...

그래도 각 층마다 바깥 휴게실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담배들을 너무 피워대서 참 거시기 했다

그래도 6층 소아과병동 휴게실엔 스낵코너도 있고 금연이라 그나마 괜찮았다

기왕 환자가 되었거나 보호자라면 어느 곳에도 환자가 있다는 생각에 금연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열악환 환경에도 친절한 직원들때문에 그나마 괜찮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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