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파일 날려먹은 이유 찾기 프로젝트

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13. 10. 3. 20:53

본문

지난 번 파일을 날려먹은 이유를 찾고 싶었다.

안타깝다 못해 한심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심정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다가 결국 그 이유를 찾기에 이르렀다.

나름 컴맹인 내가 그 이유를 찾아내다니.

컴맹 용됐네. ㅎㅎㅎ

 

찾으면서 버벅거리다 보니 컴퓨터를 처음 배우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십칠 년 전쯤이었나 보다.

겨우 인터넷검색이나 조금씩 하고 메일이나 확인하던 수준이었는데

컴퓨터가 배우고 싶었다. 나름 적성에 맞는 놀이감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다룰줄  모르니 답답해서 미칠지경이었다.

문서작성이란걸 하고 싶었고 파워포인트도 만들고 싶었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재직자 국비 교육이란 게 있어 이거다 싶어 바로 신청하고

컴퓨터 기초부터 배웠다.

그 당시 우리 강의실엔 나를 비롯하여 완전초짜 아저씨 아줌마들, 간혹 젊은애들이랑

수십 명이 무더기로 빙구짓을 해서 강사를 괴롭혔었다.

 

'창을 닫으세요' 하면, 정말, 레알!!!!일어나서 창문을 닫는 아저씨도 있었다.

'모니터의 오른쪽 위에 X표를 눌러 창을 닫으세요' 하면

손으로 모니터를 꾹꾹 누르는 사람, 마우스를 모니터에 대고 딸깍거리는 사람

메일 주소 쳐 넣으라고 하면  집주소 반도 못 쳐넣고 낑낑대는 사람 등등...

 

그러다 정말 뒤집어지는 사건이 생겼다.

 

"자, 작성된 문서를 내컴퓨터에 저장하세요. 폴더에 본인 이름을 꼭 넣고 저장하세요"

강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의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강사는 본인일에 집중하느라 술렁거리는 수강생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고

수강생들은 웅성웅성거리다 아저씨 한 분이 큰소리로 떠들더니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 그 무겁고 비싼 컴퓨터를 우째 들고 다니란 말이고.  

에잇, 나는 안배울란다. 결국 봐라, 지 컴퓨터가 있어야 된다는 거 아이가."

아저씨를 따라 서너 명의 아줌마도 따라나가면서 하는 말,

"한번 배워가꼬 자랑해볼라캤더마는 나도 컴퓨터 못들고 다니서 안되겠다."

그 순간, 조금은 알고 배우러 갔던 나를 비롯하여 남아 있던 사람들,

그리고 강사는 뒤로 뒤집어지게 웃어버렸다.

내컴퓨터 폴더를 정말 본인들 컴퓨터를 말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 시간이후 수강생들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화기애애했으며

그 사건은 어깨 힘만 주고 서로 눈치 보던 수강생들은

서로 모르는 거 있으면 툭 터놓고 알려주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때 너무너무 어렵게 배웠던 액셀, 파워포인트는 도통 써먹을 일이 없어 내 머리속에서 잠들어버렸다.

 

지금 이글을 읽으면, 정말 저정도로 몰랐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든 뱃속에서부터 배우고 나오는 거 아니니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랬던 내가 한글파일 날려먹을 이유를 찾았다. 대견하게도.

 

글을 한 편 완성하고 수정작업 중이었다.

그러다 멋진 제목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제목을 드래그 하고는 내가 생각한 단어로 수정을 했다.

저장을 클릭했다.

뜬금없이 문서를 저장하시겠냐고 대화창이 뜬다.

당연히 저장이지. 저장을 클릭.

어??? 또 뜬금없이  저장위치를 정하라고 하네.

당연히 좀전의 그 문서파일을 클릭

어??? 또 뜬금없이 덮어쓰기를 할거냐 묻네.

이상하다... 그동안 저장을 클릭해도 이런 뜬금없는 대화창이 안떴는데...

그래도 일단 시키는 대로 덮어쓰기한다. "예"...

"예"을 클릭하니 열린 파일이 닫힌다.

다시 그 덮어쓰기한 파일을 클릭하니...

 

///////../////// ;;

 

수정한 제목만 남아 있었다.

 

며칠동안 이유를 찾기 위해 실험을 한 결과

제목 수정하면서  드래그 했던게 원인이었다.

 

그 드래그를 풀지 않고

저장 =>  덮어쓰기 =>  예  =>  드래그한 제목만 저장 ㅠㅠ

 

그래서 제목만 남았던 것이다.

드래그... 이제는 수정을 할때 드래그를 하지 않는다. 정말 긴 글이 아니라면...

다시 기억을 더듬어 쓴다는건 참 고된 작업이다.

기억을 뒤집어 탈탈 털어내는 것 같다.

점점 빈털털이가 되어간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