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6~24일 부산시민회관 등서
- 이야기 ‘노다지’·시나위 ‘귀가’
- 여정은 ‘복녀씨…’로 첫 무대
- 더블스테이지·세진 작품도 관심
제37회 부산연극제가 다음 달 6일부터 24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국제신문은 올해 경연 부문에 참가하는 10개 극단의 작품을 초연, 재공연으로 나눠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부산연극제의 가장 큰 특징은 경연 부문 참가 조건이 국내 작가 창작극으로 완화된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부산연극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 혹은 1년 이내 공연 작품만 출품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국내 작가의 창작극이면 초연, 재공연 상관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초연작은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출품 조건을 변경하기는 했지만,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번에도 5편의 작품이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관객과 처음 만난다.
먼저 극단 이야기는 다음 달 10, 11일 김유정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노다지’를 무대에 올린다. 세계 3대 금광이었던 운산 금광을 공간 배경으로 재설정해 극적 서사성을 보완했고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한 대사가 눈길을 끈다. 더불어 미국인 배우가 출연해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극단 시나위는 13, 14일 아픈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과거 회상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하는 ‘귀가’를 선보인다. 가족의 의미와 역할을 되새기며 노인 소외 문제도 함께 지적하는 작품이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 가진 상처를 풀어내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을 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극 ‘뿔’을 통해 각종 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휩쓴 배우 김혜정과 실제 남편이자 배우인 박상규가 노부부 역할을 맡아 관심이 쏠린다.
16, 17일 공연하는 극단 더블스테이지의 ‘클로즈업’은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극이다. 연기 중인 배우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스크린에 상영하는 등 무대 예술에 영상을 접목하고 메타 드라마 형식도 차용했다. 배우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을 담은 블랙 코미디로 실제 배우가 극 중 배우의 입을 빌려 날카로운 대사를 쏟아낸다. 다수의 블랙 코미디 연극을 함께 했던 김지숙 작가와 김동민 연출의 호흡이 기대된다.
부산연극제에 처음 참가하는 극단 여정은 ‘복녀씨 이야기’로 20, 21일 무대에 오른다. 기지촌 출신 여성과 이주 여성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예술 교육을 진행해오던 여정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지만 적절한 유머코드와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지루함을 덜었다.
극단 세진은 23, 24일 지난해 부산창작희공모전 당선작 ‘스트랜딩’을 연기한다. 고래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을 뜻하는 ‘스트랜딩’은 행복했던 가정이 순식간에 파괴되는 모습을 암시한다. 인간의 나약함과 함께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거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 연극이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유수현 작가의 첫 부산연극제 참가작으로 지역 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작가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051)645-3759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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