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엄마 혼자 지하철역에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넘어져서
어깨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다음 날 응급수술을 하시고 지금은 많이 호전이 된 상태이지만
그 당시 현장에 없었던 나로서는 그때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인이 에스칼레이터에서 넘어져 얼굴까지 다쳐 피를 철철 흘리는데
누구하나 119에 신고조차 해주지 않았다니...
바로 뒤따르던 아저씨 한 분이 겨우 부축해서 앉혀주셨다고 한다
엄마는 흐르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고 인대가 끊어져 덜렁거리는 팔을 손으로 잡고
혼자 병원으로 가셨다고 한다
80이 되어가는 노인인데 말이다.
도움을 주신 그 분이 누구신지 찾아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 시간
지하철 역무원들은 뭘 했던 걸까?
사무실에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CCTV가 있어서 수시로 체크하며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신속한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엄마가 아니라도 누군가 넘어져서 사망사고라도 났다면?
분명 그들은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알고 싶어 지하철역사를 찾아갔다
그날 CCTV영상을 찾아서 직원들과 같이 봤다
치료비 울궈내려는 게 아니고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발을 잘 못 디딘 엄마의 잘못이라는 건 인정을 하고 영상을 봤다
직원들은 무조건 할머니가 잘못했다고 발뺌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왜 응급조치를 취해주지 못했나 였는데.
근무자 숫자가 턱없이 적다는 둥
더 조사가 필요하면 경찰에 신고를 하라는 둥...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뒤로 빠지는 그들도 무지 불쌍해보였다...
영상을 보면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아저씨 외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전화 한 통이면 되는데...
엄마는
이제 다 나아가니까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
그만하니 다행이지...
하늘에서 아버지가 도와주셨는 갑다...
참 각박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