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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초연’ 규정 철폐 불구
- “희곡·연기·연출 모두 열정 실종”
- 재공연작 완성도 기대 못 미쳐
- 최우수연기상 수상자 안 내
- ‘미투’ 이겨내고 관객 수 증가
- 극단 동녘 저력 재확인은 결실
14년 만에 참가 기준을 완화해 재도약을 노렸던 제37회 부산연극제가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심사위원단은 이례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돌직구를 던졌고 최우수연기상은 후보가 없다며 시상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관객이 증가한 것이 올해 부산연극제가 건진 수확이다.
제37회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썬샤인의 전사들’에 출연한 극단 동녘의 배우들. 극단 동녘 제공 |
■재공연작 참가 효과 미미
올해 부산연극제는 조금 특별했다. 새로운 희곡과 인재 발굴을 위해 창작 초연으로 제한했던 참가 조건을 14년 만에 폐지했기 때문이다. 초연작보다 완성도 높은 재공연작들이 참가하게 돼 연극제 작품 수준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냉정한 평가였다.
심사위원단(이성규 박찬영 손기룡 권철 김남석)은 지난 24일 열린 시상식에서 총평을 통해 “창작 초연 규정 철폐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결과물을 보여줬다”며 “희곡부터 연출, 연기까지 총체적으로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본기를 바로잡고 초심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심사위원단은 적절한 수상자가 없다며 최우수연기상 시상을 하지 않았다. 일종의 따끔한 채찍으로, 한 심사위원은 “지역 연극계 발전과 나눠주기식 상이 되지 않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참가 조건 완화도 큰 효과가 없자 강경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연극협회는 다음 달 8일 연극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간담회에서는 연극에 적합한 규모의 공연장 마련, 출품 편수 제한, 엄격한 희곡 심사 등 부산연극제 발전을 위해 요구된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손병태 부산연극협회장은 “참가작들이 평소보다 큰 공연장에서 하다 보니 압축성이 떨어졌던 것 같다. 또 예년보다 많은 공연이 열리면서 배우 수급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내년에는 출품 편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좋은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관객 증가에서 희망을…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늘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연극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500여 명에서 올해는 2000여 명 증가한 4500여 명이 부산연극제를 찾았다. 관객 수 증가 배경에는 연극계 성폭력 파문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고 재공연작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연극협회는 예전보다 시기를 한 달 앞당겨 공연 비수기인 3월에 개최한 점, 각종 부대 행사를 여는 대신 본공연에 공을 들인 것이 관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상 극단 동녘 ‘썬샤인의 전사들’
올해 연극제에서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10개 작품 중 극단 동녘의 ‘썬샤인의 전사들’이 최우수작품상(대상)의 영예을 안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장대한 서사로 풀어낸 이 작품은 다른 작품보다 높은 완성도와 뛰어난 시대정신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연출상(최용혁) 신인연기상(김선정·서보기) 무대예술상(조세현)도 수상해 6년 만에 부산연극제에 참가한 극단 동녘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우수작품상은 가족애라는 보편적 주제로 안정적인 극을 완성했다는 평을 얻은 극단 시나위의 ‘귀가’에 돌아갔다. ‘귀가’는 희곡상(김지훈), 우수연기상(박상규)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이 밖에 김병철(극단 배우창고 ‘강석봉 베이커리’), 강혜경(극단 더블스테이지 ‘클로즈업’)이 각각 우수연기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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