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바로 앞에 입원실이 있다
좀 있는 분들이 계신다는 특실인데...
이곳에 계신 분들은 여간 깐깐하신 게 아니더라. 나름 좀 있는 분들이니까.
그저께 입원하신 할머니 한분..
이분은 다른 분들과는 좀 다르게 인정이 있으셨다.
인사를 하면 정답게 웃어주기도 하시는 참 부드럽고 편안한 분이셨다.
문병 오시는 분들이 맛난것들을 사오시면 내방을 노크해서 나눠주기도 하시고...(요부분이 젤 맘에 들어..)
오늘은 친구분이 옥수수를 삶아오셨는지 내내 옥수수대를 들고 하모니카를 불듯이 다니며 드셨다.
그러다가 복도에서 나와 마주쳤다.
인사를 하고 웃으며 지나가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는 잊고 있었던게 생각이 나신듯,
나를 불러 세웠다. 나는 무심코 돌아보니 할머니께서 물고 계시던 옥수수를 반을 딱 쪼개시면서...
“옥수수가 방금 삶은기 되나서 참 맛나데이. 함 묵으보라꼬이.”
내미시길래,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아이고.. 저는 안먹어도 됩니더. 어르신 많이 드이소.”
사양을 했다.
그러자 쪼갠 반쪽 중에 할머니께서 드시던 쪽은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반쪽의 옥수수알을 일일이 손으로 따고 계셨다.
나는 웃으며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려고 하는데,
“어데 가노.. 아나.. 바쁜갑다. 이래 하나하나 따 달라는 말이제.. 자.. 묵어보소.”
일일이 따신 옥수수알을 내 손에 덥썩 안겨주시는 거다.
헉.......^^;;
사실은 할머니손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상태이고, 내손도 계속 일을 하던 지저분한 상태였는데...
난... 눈 딱 감고 손에 그득한 옥수수 알갱이를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그리고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ㅎ ㅎ ㅎ
옥수수의 구수한 맛과 더불어 짭조름한 맛이 감돌았다.
최면을 건다...
난 옥수수를 먹은게 아니다.
할머니의 인정을 먹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