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물어본다. 너는 자장면 한 그릇만한 소설을 쓰고 있느냐?
너는 네 소설로 단 한 번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맛있고 풍요롭게 해 준 적이 있는냐?
그 질문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참담하다.
아! 나는 어쩌자고 여태껏 자장면은 커녕 단무지만도 못한 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
어쩌자고. 도대체 어쩌자고.
나의 선생은 소설쟁이가 농부, 어부, 막노동꾼처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신성한 밥벌이를 하는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두 수쯤 아래에 있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선생이 틀렸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허영이므로,
소설쟁이는 그들보다 최소한 세 수쯤은 아래에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작가에게 관용이란 걸 베풀 필요가 없다.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 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고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도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김언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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