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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09. 2. 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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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부탁해

 

  

 나에게는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

    

 

  여태 본적 없는 눈,

  나의 어떤 결핍이라도 다 이해해 주고

  받아들여 줄 것 같은 그런 눈들의 호의

 

  너는 엄마에게 늘 화를 내듯 말했다.

  엄마가 뭘 아느냐고 대들듯이 말했다.

  엄마가 돼서 왜 그래? 책망하듯이 말했다.

  엄마가 왜 갔느냐고 물으면 일이 있어서도

  짤막하게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너는 엄마에게 너에 대해서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네가 하는 일이 엄마의 삶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이 여겨졌다.

 

  엄마는 생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지주도 않았다.

  고등어나 꽁치나 갈치나 통들어 '비린것'으로 통했다.

  콩을 부를 때 강낭콩, 메주콩, 흰콩, 검정콩, 일일이 가려

  말해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생선이 생기면 회를 치지도 굽지도 조리지도 않고

  무조건 소금에 간 했다가 쪄 먹었다.

 

  형철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엄마는 아버지가 중년에 풍으로 쓰러져 입이 돌아간 채

  자리보전하고 있을 때

  새벽이슬을 한 종지씩 받아마시면 낫는다는 얘길 듣고

  사시사철 종지를 들고 이슬을 털려

  눈두렁을 헤매고 다녔다.

 

  딸이 뭐 하냐고 남들이 물으면...... 글씨 쓴다고 했다.

 

  수건으로 똬리를 틀어 함지 밑에 받쳤는데도

  이마가 주저앉고 코가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목숨은 때론 연약하기 짝이 없지마는 어떤 목숨은

  무서울 만큼 질기다.

 

  크랙터로 잡초를 베어내면,

  베어지는 그 순간에도

  잡초는 트랙터 바퀴에 매달려 번식하고

  씨앗을 흩뿌린다고 한다.

 

  전쟁이 지나간 뒤에도

  밥을 먹고 살만해진 후에도

  엄마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신은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말았다.

 

  그의 마음은 언제부턴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엄마를 슬프게만 기억하는 건

  우리 죄의식 때문일지 모른다.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 수도 있다.

 

   신경숙의 장편소설, <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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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도 나처럼 평생 엄마가 필요했을텐데....

난 그걸 모르고 받으려고만 했던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엄마를 떠올리며 늘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어차피 우리도 엄마일 수 밖에 없는데, 엄마의 삶을 그대로 따라 살 수밖에 없는데...

우리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이런 죄의식과 슬픔으로 날 기억한다면

나 역시도 많이 슬플것 같다.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들이었을텐데 말이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와 같은 인연의 사슬들이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나의 아이가 된다해도 다르게 돌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엄마가 간직한 마음속의 안식처로 인한 반전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상황이 어려울때 마음을 의지할 기둥이 있었다는것이 어쩌면 힘든 엄마의 삶을 지탱해줄 수있었던 힘은 아니었을까...

 

이책을 읽고 난후...

기억저편에서 나를 지켜봐주시는 엄마가 보고싶어진다...

아주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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