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41 의 기록
20121130 펫시티 촐영하고 피검사했다.
아침 먹고 나서 검사 전까지 금식
3시까지 견디자니 힘이 들었다.
동위원소 주사를 맞고 약이 몸에 퍼질 때까지 기다리느라 약 40분을 뜨끈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잠이 들은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정신 사나운 시간들이었다.
약 20분 정도 검사시간이 소요된 것 같았다.
검사하는 동안 눈을 꼭 감았다.
그런 좁은 통로같은 곳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고
바로 눈앞에 집채만한 기계가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모습이 보기 싫엇다.
검사를 끝내고 나니 5시가 다되어 갔다.
먹어야 산다는 신념하에 지하 식당으로 가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갑자기 슬픔과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밥이 모래알처럼 입안을 맴돌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를 그 이중적인 기분...
20121207 검사 결과 보러 가는 날...
부산에 첫눈이 내렸다.
주먹만한 눈이 차창을 때렸다.
기분이 좋았다.
뭔가 상쾌함이 마음을 훓어 내렸다.
눈보라를 뚫고 해운대 백병원에 도착하니 어느 새 눈은 그치고 땅은 녹은 눈이 물이 축축하게 흐르고 있었다.
결과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마음은 경험자가 아니면 모른다.
그 메마름이라니...
예약을 했어도 늘 기다림은 연속
거의 4시가 다 되어서야 만난 의사와는 겨우 2분의 면담...
결과는 좋았다.
목에 임파선이 조금 부어있을 뿐 상태가 양호하단다.
신지로이드의 양도 조절해주었다.
홀수날 1알 짝수날 1알반
챙겨 먹으려면 좀 귀찮을 거 같지만 내 인생의 파트너니 잘 챙겨야 겠지.
그리고
6개월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백병원과 인사를 했다.
갑상선 암이라는걸 알고 치료를 시작하고 어느 덧 2년 6개월이 흘렀다.
체력적으로 그다지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생각도 많이 하고 육체적으로 고달프긴 하지만 잠이 부족하다는 것 외엔
내 몸은 견딜만 하다.
아프다, 환자다 하면서 처져 있기는 싫다.
나만 잘 챙기고 열심히 살면 잘 살 수있을 것 같다.
암이란 존재는 운명적인 만남이다.
내가 아무리 밀어내도 정해진 운명이라면 내게 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기왕 찾아온 녀석
미워하고 증오할 필요는 없다.
내 몸의 일부라 생각하고 다독이며 더 성질 안부리도록 같이 오래오래 함께 가는 것 그것이 정답인 거 같다.
우울하지도 말자
슬퍼하지도 말자
그냥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자...
길거리에 내리던 눈
부산 시청앞 버스정류장에서...
아저씨들이 사진을 찍고 난리 났었다 ㅎㅎ
백병원가는 버스 안에서 촬영한 눈오는 거리
울 병원에 내린 눈
상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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