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집
아이는 벽을 손톱으로 긁었다.
손끝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지만 벽장 안은 어둠뿐이었다.
긁혀지는 벽에 닿이는 손끝의 감각마저도
살점이 닳아서 뼈가 드러나는 듯 한 까끄러운 느낌만이 남아있을 뿐...
아픔을 잃은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흐르던 피가 굳어졌다 다시 흐르기를 얼마나 반복되었을까?
하지만 아이는 벽을 긁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벽장 밖의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엄마가 언제부터인지 사라져 버렸다.
아이에게 먹을 것도 넣어주고
말도 걸어주며 아이가 살아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 주던 엄마.
아무리 세차게 벽을 긁어대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단절된 공포가 주는 어둠은 아이에게는 지옥이었다.
그것은 빨간 털이 숭숭 난 새아빠의 얼굴보다도 더 무서웠다.
그날,
새아빠의 담배파이프만 만지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이는 열심히 엄마를 부르며 벽을 긁었다.
무서운 지옥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순간, 섬광이 번쩍하더니 불길이 솟아올랐다.
아이의 메마른 옷 위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갇혀있던 어둠의 지옥위로 불이 환히 밝혀졌다.
아이는 처음으로 천국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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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벽장안의 아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아이의 공포가 불타는 집이 되어 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