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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06. 3. 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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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엔 아파트촌이 몇개나 된다

하지만 그속엔

닭장같은 조그마한 다가구 주택도 여럿이있다.

방한칸에 부엌하나 딸린,

거기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숨을 쉬며 살아 가고 있다.

 

사랑만 먹고사는 돈 없는 신혼부부,

영업용 택시기사,

가스배달 총각,

개만 데리고사는 늙은 독신녀,

마누라 도망간 어중간한 중늙은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독거 할머니...

 

너무나 힘든 인생들이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해가며 살아 가고 있다.

 

아파트촌의 마당에 가로등들이 하나둘씩 켜지는 시각이면

그곳은 불을 끈다.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그들의 몸 부림이거니와,

늦은 밤을 즐길 수 있는 육체적 금품적이 여유가 그들에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단한 몸을 조금이나마 더 풀어서 새벽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어느날

 

사건이 일어났다.

돈없는 신혼부부중 새댁이 옆방의 독거 할머니를 뵐 일이 있어서 할머니방의

방문을 두드리니 불은 켜져 있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께서

너무나 무심하게 주무시고 계시기에 살포시 문을 닫아드렸다.

그러고 또 바쁘게  한이틀 무심코 보낸 새댁 ,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 할머니를,  어디 편찮으신가 해서 다시 찾아가니

역시 주무시고 계셨다.

새댁은 할머니가 너무 많이 주무시는 것 같아 깨울려고 한쪽발을 방안에 넣는 순간

오금이 저리고 한기가 들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며칠을 주무시고 계셨다.

아니 ,

언제 부터인지

주무시는듯이 누워 저승으로 가는 노를 젓고 계셨던 것이다.

 

더욱 슬픈것은

할머니께는 5남매의 자식이 잘 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거기 어렵게 사는 이웃 사촌들은 할머니께서 홀홀단신 혼자 인줄 알고 먹을것, 입을것,

서로서로 많이  챙겨 드렸었는데 ...

자식들은 모두가 멀리 떵떵거리는 아파트촌에 집문서도 지니고 세금도 내가며 살고 있었다.

그 이웃사촌들은 자식들 보다 더 서럽게 슬퍼했다.

할머니 죽음앞에 울고 ,이중적인 세상에 속아 더욱 슬피 울었다.

 

이제 모두 알았다.

독거 노인이었지만 동사무소에서 쌀한톨 보내주지 않았던 사연을,

할머니는 빈병을 줍고,파지를 모아 팔아서 살아오셨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엌엔 처분을 기다리는 신문지 몇뭉치와 빈소주병만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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