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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빠진 날

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07. 3. 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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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뽑아냈다.

삐뚤빼뚤, 내 의지와는 상관도 없이, 내게 전혀 양해도 구하지 않고서

그들은 내 하악의 가장 앞자리를 몇십년을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

내 허락없이 그렇게 버텻으면,

비명은 지르지 말지.

어쩌자고 비명을 지르며 솟구쳐 올라와서는

얌전히 잠자는 상악의 가지런한 이들을 공격해 잠을 깨워대냔 말이지.

결국 나도 참지못하고,

그들에게 양해 한마디 없이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 버렸다.

마취제라는 정말 희한한 약을 써서 그들을 죽은듯이 잠재웠다.

잠을 자면서 그들은 죽어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버티던 그들을 뽑아낸, 내 하악 맨앞에 삼분의 일은 공허하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어도,혓바닥이 둘리처럼 이와 이사이의 공터로 빠져 나온다.

물을 먹어도 병아리처럼 머리를 뒤로 제치며 먹어야 하고,

말을 해도 시옷이 발음이 안되어서 덜 떨어져 보인다.

불편한것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상악의 그들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어 즐거운가 보다.

 

아하! 앓던 이 가 빠진다는 것이 바로 이건가 보다.

 

며칠있으면 나도 가증스런 가짜로 하악의 빈터를 메꿔

건치 미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군.

아랫니가 불규칙하고 덧니가 심하면 고집이 세다고

관상쟁이가 날 보고 그러더니만

쓸데없이 고집만 센, 융통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내가

좀 수더분하면서 부드러워질지 지켜봐야겠다.

아랫니 가지런해지는 그날이 오면...

 

 

출처 :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혼자노는아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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