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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3. 울보 찬호

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07. 3. 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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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호는  지겨운 찬호의 울음소리를   또  들어야만 했다. 찬호가 봉지를 뜯다가 그만 바닥에 쏟아버린 건빵을 진호가 몇개 주워 먹으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건빵봉지 속에 몇개 들어있지 않은 별사탕, 보석처럼 반짝이며 달짝지근한, 목이 꽉 메이도록 건빵을 먹다가도 한개만 씹어먹으면 마치 사막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나 것 처럼 침이 솟아오르며 갈증이 해소되는 그 맛난 별사탕이 문제였다. 비록 바닥에 쏟아버렸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껴서 주워먹으려고 미뤄두었던 별사탕을 진호가 재빠르게 낼름낼름 주워 먹어버린 것이다. 찬호의  울음보는 한번 터지면 아무리 달래도 끝이보이지 않는 우물처럼 깊다. 그런 찬호를 진호는 땀을 흘리며 달랬다. 만약 나들이가신 엄마라도 돌아 오시면 진호는 동생을 울린 죄로 인해 어떠한 벌도 달게 받아야 하는 그런 사태까지도 생각을 해야만 했다. 지난번에도 동생을 울린 죄로 일주일동안 용돈을 한푼도 받지 못했었다. 학교앞의 '막퍼줘' 떢복이는 왜그리도 고운 자태로 진호를 유혹하던지... 진호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찬호 달래기를 그만두고 양손으로 귀를 틀어 막고 노래를 불렀다.그러자  찬호의 울음소리가 매미소리 처럼 작아지더니 뚝 그쳤다. 언제부턴지 울보 찬호는 진호가 귀를 막고 노래를 불러대면 울음을 멈추는 버릇이 생겼다. 진호도 그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찬호에게도 먹히는 이방법을 찾아낸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워 히죽히죽 웃음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찬호는 바닥에 쏟아진 건빵을 주워서 입안 가득 볼이 터지도록 집어넣고 웃고있었다. 웃고 있는 찬호의 눈에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순간 햄스터가 떠올랐다. 베란다에 쫓겨나있는 햄스터. 집 바닥에 깔린 톱밥을 자꾸 밖으로 밀어내더니만, 결국, 거실을 더럽힌 다는 이유로 엄마에게서 버림을 받아 버린 불쌍한 햄스터. 해바라기씨앗을 주면 주는 대로 볼안의 먹이주머니속에 채워넣어서  볼이 불룩하게 터질 것 같던 햄스터가, 찬호의 불룩한 볼과 겹쳐져서 진호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 우히히히, 으헤헤헤..."

한번 터진 웃음보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찬호는 여전히쪼그리고 앉아서 꿈틀꿈틀대며 먹이를 주워서 먹이창고에 저장해대는 햄스터 처럼 열심히 입안으로 건빵을 집어넣었다. 그때, 바닥에 드러누워 웃으며 뒹굴고 있는 진호의 눈동자에 갑자기 물구나무선  엄마의 모습이 가득 들어찼다. 순간 웃음이 거짓말처럼 딱 멈춰버렸다. 윽, 지겨운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 아니! 이게 뭐야. 너희들이 햄스터랑 뭐가 다르니?.  방바닥이 온통 건빵 투성이잖아. 너희들도 햄스터처럼 베란다로 나가 살래?

진호는 이럴때면 엄마가 정말 싫어졌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도 들어보지 않고 다짜고자 성질만 부려대는 엄마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늘...

'"가위로 봉지를 조심스레 열어야지... 형이나 동생이나 하는 짓은 똑같애. 우는 놈이나, 웃는 놈이나."

그 순간 진호의 웃음보와 찬호의 울음보는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찬호의 지겨운 울음소리, 진호는 늘 조마조마하며 찬호가 울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나와 진호를 좀더 다르게 생각하는 엄마로 바뀌는 그날까지.

출처 :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 혼자노는아이 원글보기
메모 : 습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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