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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이야기/진담 혹은 농담

by 레제드라마 2008. 6. 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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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과에 의사선생님이 새로오셨어요.
연세가 60이신데.. 우리끼리 말하면 할아버지죠..
제가 팔 인대가 늘어나서 침을 맞을까하고 한방과를 찾았습니다.
침을 꽂고 누워있는데..
이 의사쌤께서 챠트를 들고 제 침대 옆으로 와서는

-- 아이구.. 내하고 같은 동네 사네요. 내가 바로 그 옆아파트에 삽니다. 반갑네..

이러시길래 ..별 생각없이 그냥 웃엇습니다.
침을 다맞고 퇴근시간이 되어갈 무렵 .. 제방으로 그 한방쌤 찾아오셔서 하는말..

-- 내일 아침부터 내 차 타고 같이 출근합시다.. 카풀을 하자는 말이지.. 알았죠??
이렇게 제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혼자 결정을 해버렸기에

--네? 아.. 저..

얼떨결에 당해버린 저는 그만 거절도 못하고.. 허락을 할 수 밖에없었어요.

근데 사실 저는 출,퇴근 시간을 엄청 즐기는 편이거든요.
지하철 보다도 버스를 즐겨타고.. 다니면서..
아무것에도 묶이지 않는 오로지 제 혼자만의 시간 ... 그 시간에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바보같이 확 거절하지 못해서 어쩔수 없이 같이 타고 다니게 되었답니다.

첫날...
집앞에까지 오셨네요. 차에 올라탔습니다. 헉~~~ 음악이 ... 최희준어르신의 하숙생이...
그분의 노래를 도착하는 20분간 들어야 했습니다. 별 할말도 없고..

둘째날..
제가 그런노래를 안좋아하는것 같다고 그러시면서 노래를 틀어주시는데..
뭐..백미터 앞에다두고.. 사랑의 밧줄..아미새.. 등등..좀 신식노래로 바꿔서 틀어놓았네요
저는 속으로 ..
--이건 노래방도 아녀.. 그냥 꺼두심이 나은겨..
그러면서 또 아무말 없이 출근을 했습니다. 제가 말을 많이 안하는 편이라서...
특히 호감안가는 사람에게는...


세째날.. 그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상처 안받으시게 할려고..
새벽에 공부하러 다녀야 한다고 거짓말하면서 .. 그동안 감사했다고.. 정중히 인사드렸습니다. 정말..많이 아쉬워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는 다음날 부터 .. 너무 홀가분하게 혼자서 음악들으며 출퇴근 하고 있습니다.

근데 ..
문제는 오늘 점심시간..

이 할아버지 쌤이 사실 누가 상대를 잘 안해줘서 많이 외로우시거든요.
그러다보니 누굴 하나 잡으면 물고 안놔줘서 .. 병원안에서 별명이
스폰지밥이랍니다.
이런분과 같은 식탁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지요.. 네명이 같이 앉아서
별 할말도 없고해서 ..열심이 먹고있는데..

--아니... 내가 함 물어봅시다..

이러시면서 저를 쳐다보시더군요.
저는 밥을 먹다가 꿀꺽 삼키고는

--네.. 물어보세요.

--혹시.. 말이지.. 내하고 차 같이 타기 싫어서 거짓말 한건 아니겠제???

그순간 ..

저랑 같이 밥먹고 있던 직원들 모두 ... 밥이 목에 걸려 사레기침을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참...그 순간 ..
얼마나 민망하던지.. 사실 옆에 있던 직원들은 제 사정을 알고 있는 상황...

--아니예요.. 정말 공부하러 다녀요..
라고 웃으며 마무리는 했지만...

에구.. 할아버지 마음속으로 상처를 받으셨나봐요.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맘속에 꽁해 있는 말을 그렇게 뱉어내도 됩니까??
그런것은 눈치로 그냥 삼켜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도 경솔하게 카풀한다고 했다가 그만둔건 잘못이지만...
충분히 제 의견도 묻지도 않고 결정해서.. 혼자 상처받고 .. 못 삭여낸 할아버지쌤도 잘못이 크지요. 다들 기분이 묘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기분이 많이 나쁩니다.

그분을 뵐때마다 껄끄러워요..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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